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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렴(公廉)과 정성 - 박석무

귤담 2025. 6. 2.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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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렴(公廉)과 정성

글쓴이 박석무 / 등록일 2025-06-02

내일(6월3일)은 대통령 선거일입니다. 내일이 지나면 새로 선출된 대통령의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고 새 시대가 열릴 것입니다. 이번 선거는 대통령이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파면되어 갑작스럽게 치러지는 조기 대선인 데다 전직 대통령의 내란죄 재판이 진행 중인 탓에, 혼란스러움이 가라앉지 않은 가운데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번 선거는 불법 계엄의 선포로 헌법 질서를 훼손하고 나라를 어렵게 한 세력과 헌법수호와 민주주의 회복을 외치는 세력과의 대결로, 그 승패가 곧 판명될 것입니다.

 

새로 선출될 대통령, 곧 새 통치자에게 다산 정약용 선생의 정치철학을 꼭 전하고 싶습니다. 다시는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파면되는 불행한 일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입니다. 다산은 정치와 경제에 두루 밝았던 거목의 경세가입니다. 200여 년 전, 28세였던 1789년 초봄, 다산은 문과에 급제하여 벼슬길이 들어섰습니다. 청운의 뜻을 품고 과거에 합격하여 합격증을 받아 집에 돌아온 그날, 다산은 정치에 임하는 각오를 시로 읊었습니다.

 

“둔하고 졸렬해서 제대로 정치하기 어렵겠지만, 공정과 청렴으로 정성 바치기를 원하노라(鈍拙難充使, 公廉願效誠)”. 그렇습니다. 자신이 우둔하고 졸렬한 사람이라고 겸허하게 낮추었지만, 공렴이라는 정치철학으로 온 정성을 다 바쳐 나랏일을 하겠노라고 다짐한 시였습니다. 나는 평생 다산을 연구하는 사람으로서, 다산학의 키워드는 바로 ‘공렴’과 ‘정성’이라는 두 단어에 있다고 여기고 있습니다.

 

공직자라면 당연히 공정하고 청렴한 정치를 해야 하지만, 다산은 거기에 ‘정성’이라는 가장 중요한 단어를 보태고 있습니다. 정말로 진실되게, 정말로 온 성의를 다해서, 심신을 바쳐서 공정과 청렴을 실천해야만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공정과 상식’을 입이 닳도록 외쳤지만, 성의는 전혀 없이 입으로만 떠들다가 끝내는 파면당하고 말았던 선례를 돌아보면, ‘정성’이라는 의미가 얼마나 귀중하고 값진 것인지 금방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공직자의 실천요강이 나열된 다산의 『목민심서』에서도 가장 중요한 내용은 바로 공렴이었습니다. 우선 인사부터 공정한 인사를 해야 합니다. 세금도 공정하게 부과해야 합니다. 모든 시험제도에서 공정을 제일의 원칙으로 해서 선발해야 합니다. 교육도 공정하게, 군복무도 공정하게, 모든 행정을 공정하게만 처리한다면 세상은 새롭게 개혁되고 나라는 바르게 다스려지고 역사는 옳게 진행할 수 있게 됩니다. 이런 모든 정치와 행정에서 공정과 함께 ‘청렴’이 따라야 함은 더 언급할 필요도 없습니다. 더구나 이 모든 일에 온갖 정성을 다 바쳐서 해야함 또한 너무나 당연합니다.

 

200년 전의 다산 정치철학은 아직도 온전히 실천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공렴을 지키지 못한 통치자들은 결국 국민의 심판을 받았습니다. 이승만은 대통령에서 쫓겨났고 박근혜도, 윤석열도 파면당한 것이 그것입니다. 국민들은 이러한 교훈을 가슴에 새기고 있지만, 정작 통치자들은 이를 잊곤 합니다. 새로 출범할 정부와 대통령이 공렴을 제대로 실천하지 않는다면, 깨어 있는 국민들이 절대로 가만두지 않고, 반드시 또 파면시키고 말 것이니, 이제는 정말로 다산의 뜻을 잊지 말고 반드시 실천에 옮겨줄 것을 간절히 바랍니다.

 

역사는 결코 진실을 감추지 못합니다. 우리 국민들은 절대로 속지 않습니다. 촛불로, 응원봉으로 반드시 공렴하지 못한 통치자는 쫓아내고 만다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제발 우리 위대한 국민들이 편안히 살도록 정성을 다 바쳐 주세요.

■ 글쓴이 ; 박석무 · (사)다산연구소 명예이사장

· (사)다산연구소 명예이사장

· 다산학자

· 우석대학교 석좌교수

· 고산서원 원장

· 저서

『다산의 마음을 찾아―다산학을 말하다①』, 현암사

『다산의 생각을 따라―다산학을 말하다②』, 현암사

『다산에게 배운다』, 창비

『다산 정약용 평전』, 민음사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역주), 창비

『다산 산문선』(역주), 창비

『다산 정약용 유배지에서 만나다』, 한길사

『조선의 의인들』, 한길사 등

『목민심서, 다산에게 시대를 묻다』 , 현암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