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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좋은 이름이 성공한 인생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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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를 위한 변명 - 악의 詩 1' 外 9편 - 이재창

by 귤담 2023. 1. 7.

 

'시조를 위한 변명 - 악의 詩 1' 外 9편 - 이재창

시조를 위한 변명

- 악의 詩 1

이재창

작품을 쓰는 일은 염문을 뿌리는 일

쓰레기통 처박힌 글 10년만에 불러 내는 건

구릿한 쓰레기 더미에 헤엄치는 일이다

사교댄스 용도 밖에 쓸모 없는 빈 말 스텝

신춘문예 당선 자랑 치졸한 언어유희

저속한 애물단지 아니더냐

정말 부끄럽지 않더냐

하찮은 상 나눠 먹기 그저 주워 왔다고

자아도취 인격장애 판치는 문단 저자거리

뭐 그리 대단한 벼슬이던가

새새스런 상 하나

주지도 않겠지만 받지도 않겠다던 그 시인

가려진 당대의 현실마저 경계 할텐가

살아서 심장 둥둥 울리는 매직은 없는 것인가

시조시인을 위한 변명

-악의 詩 2

이재창

이제 시는 죽었고 시인도 죽었다네

이 굶주린 세대에 자기 구원이 무슨 소용 있냐며

치사한 양아치 근성의 마지막 춤사위 본다네

발등에 차이는 게 시인이라던 당신 말이 맞네

웃음을 유혹하는 미세먼지 발암물처럼

사람은 누구나 독기서린

한 자루 칼 쥐고 있다네

비릿한 어물전 좌판 생각해 보았나

꽃 피는 봄날 강가에 서 있는 팜므파탈처럼

제 정신 가지고 사는 놈 몇이나 되겠나

로이 리히텐슈타인 作

시조단을 위한 변명

-악의 詩 3

이재창

"진보주의와 사회주의는 네에미 씹이다"고

"아이스크림은 미국놈 좆대강이나 빨아라"던

빛바랜 김수영 시인의 대상은 수정돼야 할걸세

구역질 나는 머슴살이 언제 되살아 났나

숨겨진 선대 간신배 핏줄이 뿌리였었나

문림(文林)을 좀 먹는 기생충, 붓 꺽고 떠나야 할걸세

수사학을 빙자한 행간들이 '네에미 씹'이고

수구꼴통 알랑꾼 일본놈 똥구멍이나 빨걸세

만발한 패거리 저승꽃, 조시(弔詩)를 바치네

악의 詩 4

이재창

이 시대 시인들이 할 일은 무엇인가

인간 구원인가 자기 배설인가

이제는 상 받기 위해 시 쓰는 시대 와버렸으니

시인의 복무마저 이미 사라진 세상

좋은 말로 개선비냐 토라진 좀팽이냐

이제는 문학마저 권력인 시대가 와버렸으니

악의 詩 5

이재창

글 나부랭이 몇 줄로 세상 우습게 보지 마라

등지지 말고, 참여하려면 튀쳐 나와라

세상사 당대 최대 개그를 기웃거리지 마라

문학적 비장함도 예술적 비극미도

형식미학 완성도 운운하는 자 사짜들일세

난해한 분석법 판치는 증오의 대명사일세

악의 詩 6

이재창

추억의 줄빳다 한 번 때려보면 어떨까

키순인가 연식인가 얼굴도장 순인가

홍위병 내리갈궈서 똥군기라도 세워 보라

타투문신 체육대회 위력 과시 어떨까

구사대 임무까지 심지어 슈킹까지

저런 놈 왜 잡아가지 않나 삼재팔난 뭐하나

악의 詩 7

이재창

우리가 존경하는 시인이란 무엇일까

시시한 인간일까 비겁한 인간일까

여전한 기회주의자 일까

철저한 이기주의자 일까

악의 詩 8

이재창

욕 먹어도 배부르게 욕 먹어야 오래 산다더니

육십 나이 거꾸로 먹었나 초등생만도 못한 처신

지독한 잔그릇 인생타령

허허실실 어떻겠나

막무가내 자기 생각 문학도 그릇 나름

한때는 가진 돈도 빽도 없이 쿱쿱했었지

이제는 히든 패 한번 써볼까

닭살 돋는 섰다판이여

악의 詩 9

이재창

시조에게 미안하다, 원한처럼 사무친

옥타곤 링 안에 처절한 대결 하고 싶었다

강호의 계백 들판에

피 터지게 싸우고 싶었다

연구실 책상에서 문단 말아 먹는 시대

누군가 한명은 빙신이 돼 쓰러질 때까지

것 멋든 거품과 가짜들

숨통 끊어주고 싶었다

겨울, 묵언의 밤

-악의 詩 10

이재창

저 들녘 붉게 물든 겨울비가 내립니다

사색의 강을 건너는 눈보라 몰아쳐도

떠나간 밀교의 詩는 결코 오지 않습니다

신경세포 찢는 듯한 또 10년 묵언의 밤

갇힌 꿈마저 몸서리치며 일어서지 못하는

정녕코 불멸의 詩는 돌아오지 않습니다

화사한 연서처럼 다시 날지 않습니다

저녁의 긴 절망이 신새벽 희망으로

끝끝내 머물지 못한 악의 詩여 사랑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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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작 메모

모르진 않지만

시의 난해한 곡해(曲解) 보다는

직설(直說)이 더 큰 힘이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

누군들

무심천득(無心天得) 하지 못한 인간일 뿐

나는 양아치도 머슴도 홍위병도 시인도 아니다.

머물 곳 머물지 않고 그냥 흐르는 강물일 뿐

그러한 강물에 돌 던지지 마라.

문학은 이미 내려 놓은 빈 산이다.

허튼 짓 하지 마라.

그리고 떠나갈 뿐이다.

- 이 재 창 -

《좋은시조》2019년 여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