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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스트〉, 교황 후보로 유흥식 추기경을 거명
글쓴이 김환영 / 등록일 2024-12-24
1843년 창간한 〈이코노미스트〉는 외형은 잡지지만 자신을 신문으로 규정한다. 〈파이낸셜타임스〉, 〈뉴욕타임스〉, 〈가디언〉등과 함께 손꼽히는 세계적 명품∙유력 매체다. 마르크스도 〈이코노미스트〉를 인용했다. 그가 “금융 귀족의 유럽 기관”이라 부른 이 신문은 오늘날 ‘전 세계 엘리트를 위해 국제 정치∙경제에 대한 분석과 논평을 제공하는 글로벌 기관’이다.
〈이코노미스트〉는 ‘극단적 중도’를 표방한다. 극단적 중도는 전통적 좌우를 초월하는 가운데 시장경제와 민주주의에 헌신한다. 극좌극우의 열정 못지않은 열정으로, 중도 입장에서 민주적 자본주의를 추구하는 것이 극단적 중도다라고 할 수 있다.
유흥식 추기경을 차기 교황 후보로 거론
〈이코노미스트〉는 프란치스코 교황을 선출한 2013년 3월 12~13일 콘클라베를 앞둔 2013년 3월 9일자 기사에서 “교회는 여전히 유럽중심적이다”라고 지적하며 “비유럽 출신 교황을 임명해야 한다는 주장에는 강력한 근거가 있다”고 논평했다. 실제로 1,200여년 만에 비유럽 출신이 교황으로 뽑혔다.
그런 〈이코노미스트〉가 7일 “다음 교황이 아프리카나 아시아에서 나올 수 있을까”라는 기사를 게재했다.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과 같은 인용 보도가 자주 나오는 국내 매체들이 놓쳤거나 무시한 기사다. 하지만 이 기사에는 중요한 내용이 담겼다.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인 유흥식 추기경을 차기 교황 후보로 거론한 것이다.
유흥식 추기경이 등장하게 되는 기사의 논리, 배경은 이랬다. 아프리카와 아시아는 가톨릭 교회가 가장 빨리 성장하는 지역이다. 아프리카 추기경들은 지나치게 보수적이다. 도박사들의 예측과 달리, 사람을 자석처럼 강하게 끌어당기는 매력적인 성격의 잘 알려지지 않은 추기경이 만만찮은 후보로 부상할 수 있다.
기사 말미에 유 추기경은 이렇게 언급됐다.
“그렇다면 동쪽에서 깜짝 놀랄 만한 인물이 나올 수 있을까. 가끔 언급되는 이름은 한국 출신의 유흥식 추기경으로, 그는 교황청의 성직자부를 이끌고 있다. 많은 아시아 가톨릭 신자들처럼 그도 16세라는 늦은 나이에 세례를 받았다. 유 추기경은 신학적으로는 주류에 속하지만 사회 불의와 정치적 권위주의를 적극적으로 고발한다. 이 점에서 유 추기경은 ‘만약에’나 ‘그렇지만’를 별로 사용하지 않는, 입장이 확고한 가톨릭을 표방한 고 요한 바오로 2세 성인과 면모가 비슷하다. 한 종교 관련 저술가는 유 추기경이 고향인 충청도 사람들의 모든 특성을 지니고 있다고 말한다. ‘충청도 사람들은 친절하고 공손하며, 논란에 직면했을 때 자기 생각을 잘 드러내지 않습니다.’ 이러한 특성들은 모든 교황에게 유용할 것이다.”
유 추기경의 당선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기사는 아니다. 유 추기경에 대한 언급은 마치 추신(追伸)처럼 달려 있다. 하지만 이 기사는 많은 생각거리와 희망거리를 던져준다.
이 기사는 ‘한국인 교황 대망론’을 발화할 수 있다. 언젠가는 한국인 교황이 나올 것이다. 한국인 교황은 K-가톨릭과 K-리더십의 대표적인 상징이 될 것이다. 물론 K-불교와 K-유교 또한 세계적인 종교적∙영적 지도자를 배출할 것이다.
언젠가는 한국인 교황이 나올 것
한국 가톨릭 교회는 글로벌 가톨릭 교회 중에서도 모범적이다. 성인을 103위나 배출했다. 진보 가톨릭과 보수 가톨릭의 갈등이 유럽∙미국∙라틴아메리카 등지와 달리 크지 않다. 경제발전과 정치발전을 한 세대에 이룩한 만큼, 아직 독재와 가난에 시달리는 나라들의 가톨릭 교회에 영감과 방략을 제공할 수 있다.
정치와 종교는 닮은꼴이다. 둘 다 영성뿐만 아니라 권력도 무시할 수 없다. 또 상징이 중요하다. ‘최초’에 담긴 상징성은 권력의 향방까지 바꾼다. 하지만 관성 때문에 최초는 성취되기 힘들다. 미국은 최초의 흑인 대통령은 나왔어도 최초의 여성 대통령은 아직 숙제로 남아 있다. 미국 최초의 미시시피강 이서(以西) 출신 대통령은 제31대 (1929~1933)인 허버트 후버다. 상징의 정치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제주도 출신 대통령, 강원도 출신 대통령, 통일 이후에는 이북 출신 대통령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최초’가 벽돌처럼 하나하나 쌓이는 것이 정치 발전, 역사 발전이라고 본다.
■ 글쓴이 : 김 환 영 (지식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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