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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착한 삶과 가장 나쁜 삶
글쓴이 박석무 / 등록일 2026-01-05
나는 오늘 또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를 읽어 봅니다. 읽을수록 새로움을 발견하고 그런 진리도 있구나라는 생각에 잠길 때가 많습니다. 다산 선생의 편지에는 무궁무진한 삶의 지혜와 인생의 진리가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오래전에 그 책을 소개하는 글에, “다산의 서간문은 읽을 때마다 새롭다. 폐족으로 불우하기 짝이 없는 아들이 좌절하지 않고 학문에 정진하기를 입이 닳도록 이야기하는 모습, 흑산도라는 절해의 고도에서 귀양살이하는 형님 정약전을 생애의 지기(知己)로 여기며 깊고 넓게 학문을 토론하는 모습, 제자들의 장래를 뜨겁게 걱정하며 온갖 지혜를 가르쳐 주던 다산의 풍모 등에서 많은 것을 배우지 않을 수 없다.”(책 표지의 글)라고 토로한 바가 있다.
편지 중에서도 아들에게 주는 편지는 더욱 간절하고 애절한 내용인데다 꼭 알아야만 된다는 강박관념으로 쓴 글들이어서 더욱 가슴에 딱 와닿는 내용이 참으로 많기만 합니다. “천하에는 두 가지 큰 기준이 있다. 하나는 옳고 그름의 기준이요, 다른 하나는 이롭고 해로움에 관한 기준이다. 이 두 가지 큰 기준에서 네 단계의 큰 등급이 나온다. 첫째는 옳음을 고수하고 이익을 얻는 것이 가장 높은 단계이고, 둘째는 옳음을 고수하고도 해를 입는 경우다. 셋째는 그름을 추종하고도 이익을 얻음이요, 마지막 가장 낮은 단계는 그름을 추종하고도 해를 보는 경우다.”(答渕兒)
인간의 삶에 대한 분석으로 이렇게 명확한 해석을 내릴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요. 세상에서 가장 보람되고 옳은 행동이란 옳고 바르게 살면서도 이익을 얻는다니 얼마나 복되고 자랑스러운 삶인가요. 아무리 옳고 바르게 살더라도 이익은커녕 손해만 보고 마는 삶 또한 피할 수 없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렇다고 악을 행할 수 없으니 옳고 바르게만 살아갈 수밖에 딴 도리가 없다는 판단, 역시 옳은 견해입니다. 옳고 바르게 살지 않아도 이익만 얻는 삶, 그런 삶도 있기 마련입니다. 그러나 마지막 단계인 악하고 바르지 못한 행동 때문에 끝내는 최악의 손해만 보는 삶입니다. 시비(是非)에서 이해(利害)를 합해 네 단계의 삶을 설정하고, 이익을 보는 일이라도 옳지 않은 일을 해서는 안 되고, 더욱 해서는 안 될 일이란 그른 일 하고도 손해까지 보는 경우이니 최악의 인생을 뜻합니다.
이 편지는 큰아들 학연(學淵)에게 답장으로 보낸 편지입니다. 아들의 편지에서 중상모략으로 자신을 천주학쟁이로 몰아 귀양살이를 하게 했던 악인(惡人 다산의 표현)들에게 애걸복걸하는 편지를 보내서라도 “아버지께서 가능한 빨리 해배될 수 있어야 되지 않느냐”라고 했을 때, 악인들에게 애걸복걸하는 일도 절대로 해서는 안 될 일인데, 애걸복걸해보았자 결과는 더 불행한 일만 생길거라면서 최악의 단계 일은 절대로 하지 않겠다는 깐깐한 선비 다산의 풍모를 역력히 보여주는 내용입니다. 선비란 옳고 바른 일 아니고는 해서는 안 된다는 높은 지혜를 가르쳐주는 글입니다.
옳고 바르게 살고도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삶, 최상입니다. 옳고 바르게 살고도 손해만 보는 삶, 그런 삶도 세상에 많기만 합니다. 거역할 수도 없는 어려운 삶입니다. 나쁜 일 하고도 이익 보는 삶, 그 이익이 얼마나 오래갈 일인가요. 나쁜 일 해서 손해 보는 최악의 삶, 우리는 최소한 그런 일만은 피해야 합니다. 지금 나쁜 일 하다 손해만 보는 내란 재판을 보면서 천도는 있기 마련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박석무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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