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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연구소 20년! - 박석무

by 귤담 2024. 6.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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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연구소 20년!

글쓴이 박석무 / 등록일 2024-06-03

세월이 참으로 빠릅니다. 우리 연구소가 창립된 지 만 20년이 됩니다(2004년 6월 17일, 창립기념식). 숨 가쁘게 허덕이면서 20년을 보냈다니 한편으로는 감개무량하기도 합니다. 연구를 잘했는지 잘못했는지야 세상 사람들이 평가해 줄 일이지만, 우리는 정말로 온갖 정성을 다해서 다산연구에 온 마음을 바친 것만은 사실입니다.

 

제가 1970년 전남대학교 대학원에 입학하여 조선 법제사를 연구할 목적으로 본격적으로 다산의 저서들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2년 뒤에 법학석사 학위로 <다산 정약용의 법사상>이라는 논문이 통과되었습니다. 대학에서 강의할 여건이 마련되었지만, 학생운동으로 당국의 감시를 받는 ‘신원특이자’라는 이유로 대학에 자리를 잡지 못하고 중고등학교 교사로 많은 세월을 보내야 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다산연구에 대한 뜻을 버리지 못하고 논문도 쓰고 다산의 글을 우리말로 번역하는 일에도 게으르지 않았습니다. 최초의 번역서는 다산의 서간문을 번역한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인데 1979년에 간행되었습니다. 1980년 5・18민주항쟁에 연루되어 감옥생활을 하면서 더 열심히 다산의 책을 읽어서 출소 후에는 많은 글을 썼습니다. 그런 글을 모아 <애절양>이라는 제목으로 다산시선집을 간행하고 <다산산문선>도 간행했으며, <다산기행>이라는 저서도 출판했습니다.

 

1988년 정치의 계절을 맞아 국회로 들어갔지만 바쁜 생활에서도 논문도 쓰고 번역서도 간행하면서 다산 연구의 끈을 놓지 않았습니다. 2004년 마침내 정치를 접고 다시 다산으로 돌아가겠다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그해 6월 다산연구소를 창립하기에 이르렀습니다. 20주년을 맞는 감회가 새롭기만 합니다. 다산학의 석학들을 이사진에 포진시키고 다산연구의 센터가 되어 온 국민에게 다산학의 진면목을 알리는 작업을 중심에 두고 많은 일을 진행했습니다. 시작과 함께 ‘풀어쓰는 다산이야기’라는 제목으로 다산의 생각, 다산의 마음을 현실의 일과 접목해 세상 사람들이 다산의 생각과 마음을 알아보도록 온 힘을 기울여 글을 써서 이메일로 보급했습니다. 처음에는 1주일에 5차례, 3차례, 2차례, 1차례로 글을 보냈는데 지난해까지 1,200회가 넘었고 200자 원고지가 1만 매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실학자 다산의 탁월한 생각과 사상 중에서 지금 제대로 실천하지 못하는 논리를 세상에 알리는 일에 가장 큰 관심을 두고 글을 썼습니다. “법의 적용은 마땅히 임금의 최측근부터 시작해야 한다(用法宜自近習始).” “통치자가 밝은 정치를 하지 못하는 이유는 자신의 몸보신에만 영리해서 백성들이 당하고 있는 질곡을 가지고 통치자에게 항의하지 않기 때문이다(官所以不明者 民工於謀身 不以瘼犯官也).” “청렴이란 통치자들이 지켜야 할 본분이다(廉者牧之本務).” “나는 공정과 청렴이라는 두 글자의 의미대로 온갖 정성을 바쳐서 나라에 봉사하겠다(公廉願效誠)” “언론인은 위로는 임금의 잘못을 공격해야 하고 아래로는 백성들의 숨겨진 고통을 알려야 한다(在言官 上攻袞闕 下達民隱)” “유교의 근본 도리는 효제일 뿐이다(孔子之道 孝悌而已).” “독서는 인간의 본분이다(讀書 吾人本分)” 등 다산의 지혜를 알릴 수 있는 대로 알려왔습니다.

 

앞으로도 우리는 다산의 책을 번역하고 풀이하는 일을 계속하렵니다. 이제는 다산에게서 배운 지혜를 우리가 바로 실천하고 행동으로 옮기면서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실천하고 행동으로 옮기도록 온갖 노력을 기울이려고 합니다. 그동안도 우리 연구소는 뜻있는 분들의 도움으로 겨우겨우 유지해왔습니다. 관의 도움을 바랐지만 시원한 도움은 주지 않아 이제는 참으로 어려운 경영난에 처했습니다. 그동안 우리를 도와주신 많은 분들에게 머리 숙여 감사의 말씀을 드리며, 더 많은 분들이 소액 기부금으로 우리를 도와주시길 바랍니다. 다산으로 깨끗한 세상이 오고, 다산이 원했던 정치, 곧 선치(善治)가 이룩되어 우리가 모두 공평하고 편안하게 살아가는 세상이 더 빨리 오기를 간절히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