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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교 예찬 - 김환영

by 귤담 2024. 12.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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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교 예찬

글쓴이 김환영 / 등록일 2024-12-03

《걸리버 여행기》(1726)의 작가 조너선 스위프트(1667~1745)는 “비교 없이는 어떤 것도 위대하지도 하찮지도 않다”고 말했다.

 

비교하지 않으면 대소(大小)뿐만 아니라 선악(善惡)도 미추(美醜)도 냉온(冷溫)도 없다. 진위(眞僞)나 미오(迷悟)도 없다. 비교와 관련되지 않은 것이 없다. 비근한 예로, 의대 진학에 안간힘을 다하는 이유도 의사라는 직업이 다른 직업과 비교했을 때 유리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수십 년 전, 남학생의 키를 기준으로 한 분류인 ‘키도 크다, 키만 작다, 키만 크다, 키도 작다’는 비교의 한 예이다. 과거 권위주의 정권들조차 최소한의 민주주의 교육을 했다. 교과서에서 배운 민주주의와 현실을 비교한 국민∙유권자들은 수차례 들고 일어났다. 또 국민∙유권자는 대통령들이 남긴 정책과 유산을 비교하며 평가한다.

 

일상에서 빈번한 비교, 올바르고 효율적인 비교를

 

비교는 자연스럽다. 의식과 함께 무의식도 비교한다. 인류는 비교와 함께 진화했고 생존했다. 비교는 일상에서 빈번하게 작용한다. 사람의 생각에서 섹스보다 비교의 비중이 더 높다. 한때 남자는 "7초에 한 번 섹스 생각을 한다"는 말이 유행했다. 요즘 가장 신빙성 있는 설은 남자가 하루에 19번, 여자의 경우 10번 섹스 생각을 한다는 것이다. 반면, 한 연구는 인간 사고의 약 10%가 비교와 관련된다고 추정한다.

 

비교가 본질이며 필연인 만큼, 올바르고 효율적인 비교가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잘 비교하는 법을 교육해야 한다. 어떤 비교의 결과가 차별을 낳아서는 안 된다는 것도 가르쳐야 한다.

 

개인과 나라의 발전을 위한 지식은 학문에서 나온다. 비교는 학문의 핵심이다. 비교경제학∙비교교육학∙비교문학∙비교법학∙비교사학∙비교언어학∙비교정치학 등 아예 비교를 중심적인 방법론과 연구 대상으로 하는 학문 분야도 많다.

 

비교사학은 다수에게 친숙한 비교 학문이다. 영국 사학자∙국제정치학자 E. H. 카(1892 ~1982)는 《역사란 무엇인가》(1961)에서 “과거∙현재∙미래는 끝없는 역사의 사슬 속에서 서로 연결되어 있다”라고 말했다. 과거∙현재∙ 미래를 연결하는 것은 비교다. 학자뿐만 아니라 일반인도 비교를 통해 국가와 사회를 위해 요긴한 유사점∙차이점, 교훈, 보편성∙특수성을 발견한다.

 

국가∙사회, 그리고 비교의 관계는 일반적으로 긍정적이다. 개인과 비교의 관계는 이중적이다. 하기 나름이다. 비교 학문과 달리, 개인의 삶 속에 등장하는 과거와 미래는 부정적으로 작용하기 쉽다. 이상적으로는, 과거 성취를 회상하며 자신감을 얻고, 이를 기반으로 희망찬 미래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 하지만 자칫 과거의 나쁜 기억이나 미래 걱정에 빠지기 쉽다.

 

그래서 불교와 명상은 “과거에 머물지 말고, 미래를 꿈꾸지 말고, 현재의 순간에 마음을 집중하라”라고 권한다. 비교가 집중을 방해하는 분심이기 때문이다. 예수 또한 이렇게 말했다. “내일 일은 걱정하지 마라. 내일 걱정은 내일에 맡겨라. 하루의 괴로움은 그 날에 겪는 것만으로 족하다.”(마태오의 복음서 6:34)

 

행복을 위해선 비교하지 말고, 성공을 위해선 비교를?

 

심리학 연구에 따르면 나보다 나은 사람과 나를 비교하는 ‘상향 비교’는 성취동기가 될 수 있지만, 질투심∙열등감 등 리스크가 따른다. ‘하향 비교’는 행복감이나 감사하는 마음 등 부분적으로 정서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 이처럼 개인 차원에서는, 현재에 집중하고 남과 자신을 비교하지 않는 것이 행복을 유지하는 중요한 덕목이다. 그러나 행복과 성공은 겹치지만 다르다. 성공을 위해서는 어제∙오늘∙내일을 넘나들며 비교해야 하는 것 같다. 행복은 '현재의 성공에 만족하는 것'으로, 성공은 '행복이 잠시 깨지더라도 지속적으로 목표를 추구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국가적 또는 개인적 차원에서 ‘비교영웅학’(comparative hero studies)을 활용해 영웅적 행동과 가치를 탐구하는 것이 유익할 수 있다. 영웅(英雄)은 “지혜와 재능이 뛰어나고 용맹하여 보통 사람이 하기 어려운 일을 해내는 사람”이다. 내가 가진 차, 집, 직장을 남들의 것들과 비교하는 것이 아니라 국내외 세계적인 영웅들을 비교해보고 내 인생에 벤치마킹할 것은 없는지 살펴보자.

글쓴이 : 김환영 (지식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