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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의 말씀을 외면한 통치자
글쓴이 박석무 / 등록일 2025-01-05
마침내 대통령이 망하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해방 80년을 맞는 새해가 밝았지만 즐겁고 기쁜 이야기는 하지 못하고 망해가는 통치자의 비극적인 현실을 이야기할 수밖에 없으니 마음이 무거울 뿐입니다. 제발 이런 지경에는 이르러서는 안 된다고 정치를 잘하라고 거듭거듭 다산의 통치술을 풀어서 이야기했지만 거들떠보지도 않더니 끝내 이 지경에 이르고 말았으니 할 말이 없습니다.
집권 초기부터 대통령은 거짓말을 입에 달고 살았습니다. ‘바이든’ ‘날리면’의 그 위대한 거짓말, 입에 침도 마르지 않고 눈 한쪽 깜빡거리지도 않으면서 참으로 능청스럽게 거짓말을 해대기 시작했습니다. 세상이 다 아는 범죄자 장모에 대해 남에게 십 원짜리 하나 해 끼친 적이 없다고, 자신의 아내는 주가조작의 무거운 범죄자로서 거액의 이익을 챙긴 것으로 다 드러나고 있는데 손해만 보고 손을 뗐다고 엉뚱한 거짓말을 서슴지 않았습니다. 최근에 와서는 온 국민이 대통령의 육성을 직접 듣게 되어, 자신은 누구에게 공천을 주라고 말한 적이 없다는 거짓말의 민낯을 보여줍니다.
계엄령을 선포하여 국회를 봉쇄하고 선거관리위원회를 점령하고 국회의원을 포함한 주요 인사들을 체포하고 ‘수거’하라는 말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는데도, 아니 그렇게 내란을 실행했는데도 그저 ‘경고’하기 위한 조치였다고 어처구니없는 거짓으로 국민을 속이고 있습니다. 이렇게 뻔뻔하고 후안무치한 대통령이 세상 천지 어디에 또 있다는 말입니까.
‘하늘을 거역하면 망한다’, ‘민심을 두려워하지 않으면 권력은 망한다’라는 다산의 말씀을 계속 전해주었고, 심지어는 ‘온갖 망동으로 나라를 망치는 정권’이라는 글에서 극언을 하면서 대전환의 정치를 하라고 요구했지만 들은 체도 하지 않았습니다. 다산의 말씀을 거역한 정권의 말로가 어떻게 되는지를 오늘의 내란 정국이 보여주고 있습니다.
국회에서 탄핵이 가결되던 지난 14일 하루동안의 국회앞 여의도 광장에 분노한 국민들의 함성을 생각해 봅시다. 그런 국민을 두려워하지 않고 제멋대로 독재정치를 하고서야 살아남을 정권이 어떤 세상에 또 있을 수 있을까요. 계엄령이 선포되던 12월 3일 야밤을 기억해야만 합니다. 가당치 않은 계엄령이 선포되자 모든 두려움을 떨치고 그 춥고 깊은 야밤에 국회에 모여들어 계엄군을 막아내던 그 순수한 국민들의 마음을 왜 생각하지 않았을까요. 그 분노한 국민들의 함성과 외침을 어떤 힘으로 막을 수 있다는 것입니까. 계엄군의 탱크 앞에 주저앉아 가로막던 착한 우리 국민들의 힘을 누가 막을 수 있을까요.
주자(朱子)는 말했습니다. 혈기에 분노하는 입이야 자제해야 하지만, 의리에 분노하는 입은 아무도 막을 수 없고 막아서도 안 된다고 했습니다. 이런 혹독한 추위를 아랑곳하지 않고 헌법재판소에 나아가 정의와 탄핵을 외치는 국민들을 어느 누가 막을 수 있습니까.
다시 다산의 말씀을 전해 드리겠습니다. 『목민심서』 「교민(敎民)」 조항에서 말했습니다. “가르쳐 주지 않고 형법을 내리는 것을 일러 망민(罔民)이라고 한다. 비록 흉악한 불효자식일지라도 일단 가르치고 나서 고치지 않으면 그때는 죽인다(不悛 乃殺)” 바로 그렇습니다. 나는 세 개의 일간지와 ‘풀어쓰는 다산이야기’ 지면을 통해 참으로 많은 다산의 말씀을 정권에게 전해주었습니다. 단 한마디도 들어주지 않은 정권, 끝내는 사형과 무기만이 있는 내란죄를 저질렀으니, 합당한 처벌을 받아야 합니다. 역적 죄인을 어떻게 용서할 수 있는가요.
■글쓴이 : 박석무(다산학자・우석대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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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다산연구소 이사장
· 우석대학교 석좌교수
· 다산학자
· 고산서원 원장
· 저서
『다산의 마음을 찾아―다산학을 말하다①』, 현암사
『다산의 생각을 따라―다산학을 말하다②』, 현암사
『다산에게 배운다』, 창비
『다산 정약용 평전』, 민음사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역주), 창비
『다산 산문선』(역주), 창비
『다산 정약용 유배지에서 만나다』, 한길사
『조선의 의인들』, 한길사 등
『목민심서, 다산에게 시대를 묻다』 , 현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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