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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그러운 정치가 그립다
글쓴이 박석무 / 등록일 2024-07-01
참으로 각박한 정치가 계속되면서 세상은 갈수록 시끄러워지고 불안과 위기의식만 높아가고 있습니다. 민주주의 정치란 정당정치라는 것만 알고 있을 뿐, 정당끼리 정책 경쟁을 통해 많은 국민이 지지하는 정책을 주장하는 정당이 집권할 수 있다는 논리는 알지 못하는 세상이 되어버렸습니다. 정책 경쟁은 생각도 안 하고 오직 상대 정당을 적으로 여겨, 그들을 멸망시켜야만 집권할 수 있다는 잘못된 생각으로 죽도록 싸우기만 하는 정당정치가 진행되고 있는 현실이 오늘입니다. 그런 정치는 절대로 정당정치일 수는 없습니다.
입만 열면 상대 정당을 물고 뜯으며 악독한 욕설만 퍼붓는 것이 정치라고 여기고 있으니, 어디 이런 정치가 또 있을 수 있을까요. 상대방의 진짜 잘못한 일이라면 상응하는 욕설을 퍼붓는다고 탓할 수만은 없지만, 별 잘못도 아닌 일에 과장하고 왜곡하여 들을 수 없는 악한 욕설만 지껄이고 있으니, 어떻게 듣고만 있을 수가 없습니다. TV를 틀거나 신문을 펼쳐보면, 인간이라면 해서는 안 될 온갖 욕설이 거침없이 난무하고 있으니 참고 듣기에는 너무 불편한 심기를 감출 길이 없습니다. 이래서 나는 또 <목민심서>를 펼쳐 들고 어떻게 해야 저런 막된 욕설을 그치게 할 것인가를 생각해보았습니다.
칙궁(飭躬) 조항에 “많이 말하지도 말고, 갑자기 성내지도 말 것이다(毋多言毋暴怒)”라는 글이 있습니다. 국가의 지도자들, 고을의 목민관들, 요즘의 국회의원과 많은 정치인들, 제발 말을 줄이고 순간적으로 성내는 일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뜻입니다. 어떤 일에 대하여 가능한 말을 줄여야 하는데, 일마다 되지도 않은 어떤 말이라도 많이 해야만 상대방을 이기는 것으로 착각합니다. 말을 많이 하다 보면 착한 말보다 악한 말을 많이 할 수밖에 없는 것이 인간입니다. 그러니 참지를 못하고 순간적으로 화를 내고 성질을 부리는 이유 때문에 폭언이 나오고 욕설과 악담이 나올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다산은 말합니다. “한마디의 말과 한가지의 행동도 삼가지 않으면 안 된다”는 중국의 어진 목민관 이야기를 인용하였습니다.
여기에서 다산은 많은 예를 들어 삼가서 언어를 사용할 때만 제대로 정치가 된다는 것을 설명합니다. 신중하고 삼가서 언어를 사용하면 마음속에 ‘너그러움(寬)’이라는 글자를 품고 있을 때만 가능해집니다. 성정을 못 참고 폭언·욕설·막말을 해버리는 데는 상대방에 대한 너그러운 마음이 없기 때문이라고 다산은 주장합니다. “높은 지위에 있으면서 너그럽지 못함은 성인들이 경계한 바였다. 너그러우면서도 이완되지 않으며, 어질면서도 나약하지 않으면 역시 일을 그르치는 경우가 없을 것이다”라는 다산의 결론에 모두가 동의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공자는 <논어>에서 “너그러우면 백성들의 마음을 얻는다.” “윗자리에 있으며 너그럽지 못하면 볼 것이 없다”라고 말하여, 너그러운 정치만이 민심도 얻고 볼만한 정치를 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다산도 이런 뜻을 이어받아 각박하게 법으로 해결하고, 법만으로 상대방 죽이기는 멈춰야 한다고 했습니다. 만에 하나의 아량이라도 베풀어 상대방의 정책도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상대방에게 인정받을 자신들의 정책을 펼 수 있어야만 ‘욕설의 정치’ ‘막말의 정치’가 사라질 것입니다. 여건 야건 조금이라도 관대한 마음을 지녀보면 어떨까요.
글쓴이 : 박 석 무 (다산학자・우석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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