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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천(逆天)이면 망(亡)한다
글쓴이 박석무 / 등록일 2024-08-05
조국이 해방되기 전에 태어난 우리 세대만 해도, 시골 마을에는 서당이라는 교육시설이 있어서 6~7세 무렵 책을 들고 마을 서당을 다녔던 일이 생생하게 기억할 수 있습니다. 시작 단계에서는 〈천자문〉이나 〈추구(推句)〉라는 책을 배우면서 한자를 익히는 일부터 시작했습니다. 조금 더 자라서는 단계를 뛰어넘어 〈명심보감〉 같은 책을 읽습니다. 완전히 독파하는 경우는 많지 않고 중도에 폐하는 경우가 많지만, 대체로 책의 앞부분 같은 대목들은 지금도 외우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명심보감〉이라는 책은 말이야 초학입문서라고 하지만, 실제 책의 내용은 유학사상의 중요한 내용이 대부분 열거되어 있는 높은 수준의 유학 교과서입니다. 그 첫 부분을 우리 세대 대부분의 사람들은 외우고 있습니다. “공자 말씀에, 착한 일을 행한 사람은 하늘이 복으로 갚아주고 착하지 못한 일을 행한 사람은 하늘이 화(禍)로 갚아준다(子曰, 爲善者 天報之以福 爲不善者 天報之以禍)”라는 내용입니다. 참으로 쉽고 가벼운 내용처럼 들리지만 따지고 보면 인간 행위의 절대적 기준을 제시해준 무서운 내용의 글입니다. 착하면 복을 받고 착하지 못하면 화를 당한다는 이 평범한 내용에는 얼마나 무서운 뜻이 담겨 있는가를 바로 짐작할 수 있습니다. 유학의 진리란 어떻게 보면 사람이라면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해야 한다는 아주 평범하고 쉬운 그런 뜻을 우리에게 가르쳐주고 있을 뿐입니다.
조금 더 들어가면, 맹자(孟子)의 말을 인용하여, “하늘의 뜻에 순종하면 흥성하고 하늘의 뜻에 거역하면 망한다(順天者興 逆天者亡)”라는 짤막한 글이 나옵니다. 오직 여덟 글자이지만 우주의 흥망성쇠를 참으로 요약해서 해준 말입니다. 여기서의 하늘을 제대로 이해하는 일이 가장 어려운 대목입니다. ‘민심이 천심이다’라는 내용으로 보면 여기서의 하늘은 백성임을 바로 알게 됩니다. 또 인간의 ‘양심’ 또한 하늘의 마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양심을 거역하면 망한다, 백성의 뜻을 거역하면 망한다는 내용으로 읽어도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이런 글과 함께 하는 다산 정약용의 생각은 어떠했을까요.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기양아(寄兩兒)」라는 글에, “보가(保家)의 근본은 순리(順理)이다”라고 하여 천리에 따르는 일이 순리이고, 하늘이 부여한 운명을 즐기고 자신의 본분을 아는 것, 사욕을 막고 천리(天理)에 따르는 것이 보가의 근본이라고 해석했습니다. 다산은 아들들에게야 ‘보가’라 했지만, 위정자에게 주는 내용이었다면 반드시 ‘보국(保國)’이라는 용어를 사용했을 것입니다. 나라를 이끌어가고 백성을 보살펴 국가를 제대로 보존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간편하게 설명하는 내용이 모두 열거되었다고 보입니다.
가정을 이끌고 가는 사람들, 나라를 이끌고 가는 사람들, 이제 <명심보감>의 이야기와 다산의 아들에게 내려준 글을 심도 있게 음미하여, 이제는 그 내용대로 실천에 옮기면 어떨까요. 화를 당하지 않고 복을 받으려면 선한 일을 해야지 착하지 않은 일을 해서는 안 됩니다. 하늘의 마음, 천심을 따라야지 하늘의 뜻을 거역해서는 반드시 망합니다. 나라를 보존하려면 자신의 본분을 알아 사욕을 막고 하늘의 뜻(天理)을 따라야만 나라를 보존할 수 있습니다. 국민의 7할 이상이 찬성한다면 그런 법은 민심이 원하는 바요 천심이 옳다고 여기는 법입니다. 그런 법에 거부권만 행사한다면 이것은 착한 일이 아니요, 하늘을 거역하는 일입니다. 그런 법을 거부한다면 나라가 망해도 좋다는 것입니까. 보국(保國)의 뜻을 따라 천리를 따르는 정치를 해야 합니다.
글쓴이 : 박 석 무(다산학자・우석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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