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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선을 보는 중국의 시각 - 이남주

by 귤담 2024. 8.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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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선을 보는 중국의 시각

글쓴이 이남주 / 등록일 2024-08-27

피격 사건, 갑작스러운 후보 변경 등의 극적인 변화 겪은 이후 미국 대선은 민주당 해리스와 공화당 트럼프의 대결로 결정되었다. 중국은 다른 국가의 내정이라는 이유로 미국 대선 상황에 대해 공식적 반응을 내놓지 않지만, 내심으로는 그 추이와 결과에 어떤 국가보다도 많은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해 중국이 누구를 더 선호할까가 먼저 궁금해질 수 있다. 현실적으로는 큰 의미가 없는 질문이다. 중국이 미국 대선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단과 의지가 있을 때만 의미가 있는 질문이다. 중국은 그 수단은 있다고 하더라도 극히 제한적이다. 미국 대선에 대한 외부 개입 문제가 이미 쟁점이 되어 있는 상황에서 그 제한적 수단도 사용하기 어렵다. 2016년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가 당선된 후, 러시아 선거 개입 문제와 관련한 논란이 미국과 러시아의 관계를 어떻게 악화시켰는지를 보면 알 일이다.

 

중국 견제 계속되든지, 불확실성 높아지든지

 

더 중요한 것은 중국이 어느 한 후보를 특별히 선호하기도 어렵다는 점이다. 현상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해리스를 더 선호할 수 있다. 바이든 행정부와 중국은 현재 “경쟁은 하지만 충돌은 막는다”는 프레임에 따라 양국관계를 관리하고 있다. 2023년 11월 정상회담 이후 미국과 중국은 다양한 대화채널을 만들어왔다. 지난주 상하이에서 양국의 금융 워킹 그룹이 금융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한 것이 그 한 사례이다.

 

그렇지만 바이든 행정부는 트럼프가 중국에 부과한 관세를 유지했다. 그에 그치지 않고 기술 영역에서 대중제재를 확대했다. NATO 강화, AUKUS 결성, 한미일 군사협력 등 중국 견제를 위한 동맹국들과의 안보협력은 더 적극적으로 추진했다. 해리스의 대외정책이 제시되지 않은 상황이지만, 이 흐름은 계속 유지될 것이다. 해리스의 당선을 마냥 환영할 수 없는 이유이다.

 

트럼프의 당선을 환영할 수도 없다. 트럼프가 동맹국들이 미국에 무임승차하고 있다는 입장을 견지할 경우, 그의 대통령 당선은 미국과 동맹과의 관계를 불안정하게 만들 것이다. 이는 중국에 유리한 상황이다. 그러나 미중관계의 불확실성이 더 높아질 수 있다.

 

트럼프는 대통령 당선 후 관세 인상을 추진하고, 중국산 제품에는 다른 나라의 10%보다 훨씬 높은 60%이라는 고율의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는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그렇게 되면 미중 경제의 디-커플링을 촉진하게 될 것이다. 안보 영역에서는 타이완 문제에서 더 급격한 정책변화를 추진할 수 있다. 트럼프는 타이완 방어를 위해 미국이 비용을 부담하는 것에 부정적이지만 ‘하나의 중국 정책’에 대해서 더 거리를 둘 수 있다. 미국이 타이완과의 관방 교류를 재개한 것도 트럼프의 임기 말이었다.

 

현재 미국은 민주당이나 공화당 모두 미중관계가 전략경쟁에 진입했다는 전제에서 대중정책을 입안하고 실행하고 있다. 중국도 이제는 미국 대선에서 중국을 비판하던 후보도 대통령에 당선되면 결국 중국과의 협력을 모색할 것이라는 기대를 갖기 어렵다. 두 후보가 당선될 경우에 각각 대비하는 시나리오를 만들고 있을 것이다. 우리도 마찬가지의 준비가 필요하다.

 

미중 경쟁은 상수, 우리 정부 전략적 대응은 난망

 

해리스가 당선될 경우에는 미중관계는 현재의 기조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이 때 우리가 주의할 문제는 양국이 전략경쟁하에서 대화와 협력 공간을 얼마나 넓힐 수 있는가이다. 이를 활용해 한국의 외교 공간을 확대할 수 있는 전략을 추진해야 한다.

 

트럼프가 당선될 경우에는 적어도 초기에는 미중관계가 상당히, 주로 부정적인 방향으로 변화할 것이 예상된다. 이 변화가 트럼프의 무역 관련 공세,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인상 등의 한국에 대한 직접적인 압박, 북미관계의 변화 등의 안보 환경 변화와 결합될 것이다. 이 상황에 대한 준비는 거의 안 되어 있다.

 

미국 대선에서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와 관계없이 미중 전략경쟁은 이미 상수이며 장기적으로 진행될 것이다. 임기응변이 아니라 장기적이고 체계적 전략을 세워 대응해야 한다. “반국가세력 암약”을 운운하는 정부에 기대하기 어려운 일이다. 외교나 안보를 정부의 일로 치부해서 안 되는 이유이다. 외부 환경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국치를 격은 조선 중기와 말기의 경험을 반복하지 않으려면, 이 문제에 대한 시민의 주체적 토론과 참여가 필요하다.

 

■ 글쓴이 : 이 남 주 (성공회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