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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중국해의 긴장고조와 한반도 평화
글쓴이 이남주 / 등록일 2024-10-15
지난 주 윤석열 대통령의 필리핀 방문, ‘아세안+3’ 회의 참석 등이 진행되었다. 한국 사회에서 아세안에 대한 관심이 낮은 탓인지 아니면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 탓인지 이와 관련한 보도는 많지 않았다. 그렇지만 그 과정에 한중관계, 나아가 동아시아 평화와 관련해 간과해서는 안 될 사안들이 논의되었다.
지금 남중국해의 군사 긴장은 언론의 집중적 관심을 받는 타이완 해협보다 더 고조되어 있다. 타이완 문제도 불안한 상황이지만, 타이완 당국이 독립 선언 등 중국의 레드 라인을 넘지 않는 한 중국의 ‘타이완 침공’ 가능성은 높지 않다. 이 지역의 군사적 힘겨루기도 일방적 군사력 시위, 그에 대한 감시 활동 등 거리를 유지하며 진행되고 있다. 반면 남중국해에서는 중국과 필리핀 사이에 군사 충돌로 이어질 수 있는 근거리 마찰이 반복되고 있다. 중국이 영유권을 주장하지만 필리핀의 배타적 경제 수역 내에 위치한 런아이자오(Second Thomas Shoal), 셴빈자오(Sabina Shoal), 황옌다오(Scarborough Shoal) 등이 갈등의 주요 무대이다.
한국, 남중국해 군사갈등에 발을 들여놓아
필리핀은 1999년 런아이자오 해변에 함정을 고의로 좌초시키는 방식으로 영유권 주장을 강화하고자 했는데, 함정의 노후화가 진행되면서 계속 해변에 정박하기 어려워지고 있었다. 2022년 6월 출범한 필리핀 마르코스 정부는 함정 수리를 위한 건축 자재 공급을 시도했고, 중국은 이를 물대포 발사 등의 수단으로 저지했다. 가장 최근의 충돌은 지난 6월에 발생했다. 4월에는 필리핀이 런아이자오로 가는 항로에 있는 셴빈자오에도 해경 함정을 정박시키려고 시도하며 분쟁의 범위도 넓어졌다.
문제를 더 심각하게 만드는 것은 기본적으로 중국과의 양자관계 내에서 영유권 분쟁을 다루고 있는 베트남 등과는 달리, 필리핀은 미국과의 군사협력을 강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과 필리핀은 1951년 상호방위조약을 체결했고, 지난 3월 미국 국방장관 오스틴은 이 조약이 남중국해의 양국 군대, 공공 선박, 항공기 등에도 적용된다고 밝혔다. 4월 미국과 필리핀의 정상회담에서 바이든이 이 방침이 다시 확인했다. 중국과 필리핀의 물리적 충돌이 무기를 사용한 충돌로 이어지고 사망자가 발생할 경우, 미국의 개입에 따른 미중 군사 충돌이 출현할 수 있다.
또한 미국이 4월 중국 본토 타격이 가능한 중거리 미사일 시스템(MRC)을 필리핀에 배치하며 군비경쟁도 가속화되고 있다. 미국은 이를 필리핀과의 합동군사훈련을 위한 임시 조치라고 설명했고 9월까지 철수할 계획이라는 입장도 밝혔으나, 지금도 계속 필리핀에 배치되어 있다. 이에 중국은 9월 25일 1980년 이후 처음으로 태평양 지역을 향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실험을 진행했다. 당연히 미국 본토 타격 능력을 과시한 것이다.
이러한 상황이 우리와 떨어진 일이 아닌 것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한국도 남중국해 군사 갈등에 발을 들여놓았기 때문이다. 그것도 한미일 군사협력 강화를 통해 진행되고 있다. 2022년 11월 한미일 정상 공동성명에 “3국 정상은 불법적인 해양 권익 주장과 매립지역의 군사화, 강압적 활동을 통한 것을 포함하여 인도-태평양 수역에서의 그 어떤 일방적 현상 변경 시도에 강력히 반대한다”며 중국을 겨냥하는 내용을 담았다.
한반도 안보상황을 더 위험하게 만들 수도
올해 4월과 7월에는 사실상 중국 견제를 목표로 하는 한미일 연합군사훈련을 해양에서 진행하며 관련 행동에 나섰다. 7월 훈련은 동중국해까지 남하해 진행했다. 이번의 한국-필리핀 정상 공동성명에서는 “양자·다자 차원의 연합훈련과 교육·훈련에 참여해 나가기로 하였다”고 밝혀 앞으로 미국, 일본, 호주 등이 함께 남중국해에서 진행하는 해상 연합군사훈련에 참여할 수 있는 길도 열었다. 필리핀의 무기 현대화를 위한 협력도 약속했다.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위한 국제협력은 필요하다. 그렇지만 분쟁의 어느 한편에 참여하는 방식은 평화보다는 갈등을 확대하고, 나아가 한국이 남중국해 분쟁의 한 당사자가 됨으로써 한반도 안보 상황을 더 위험하게 만들 수 있다. 상황이 이러한 방향으로 굳어지지 않도록 할 수 있는 논의와 노력이 시급하다.
■ 글 쓴 이 : 이 남 주(성공회대 교수)
성공회대학교 인문융합자율학부 교수
계간 『창작과 비평』 주간
[저서]
『중국 시민사회의 형성과 특징』(2007),
『러시아·중국·인도 삼각협력체제의 전략적 함의와 시사점』(2012, 공저),
『신중국과 한국전쟁』(2013, 공저),
『중국 국가전략의 변화와 한·중 관계에 대한 함의』(2020, 공저)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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