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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미국의 대타협은 가능한가 - 이남주

by 귤담 2025. 2.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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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미국의 대타협은 가능한가

 

글쓴이 이남주 / 등록일 2025-02-18

 

 

트럼프행정부 출범에 따른 미·중 관계 변화는 2025년 국제질서 변화에 가장 큰 변수이다. 실제로 동영상 공유 플랫폼 틱톡의 강제 매각 법안(매각하지 않으면 미국 내 서비스 차단) 시행, 트럼프의 60%의 대중 추가관세 부과 공약 등 미·중 관계를 심각한 위기에 빠뜨릴 메가톤급 이슈가 널려 있었다. 그런데 트럼프행정부 출범 후 1달 동안 미·중 관계는 생각보다 조용했다.

 

트럼프의 공세, 중국에겐 생각보다 조용

 

트럼프 취임 전부터 그 조짐이 있었다. 트럼프는 당선자 시절에 이미 1월 19일로 예정된 틱톡 관련 법안의 시행을 연기하겠다고 밝혔고, 취임 당일인 1월 21일 법안 시행을 90일 연기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2월 4일부터 중국산 수입품에 1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했지만, 그 강도는 그리 높지 않다. 현재 더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은 상호관세 정책이다. 2월 13일 트럼프는 각국이 미국 상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만큼 미국도 해당국에 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한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는 미국과의 교역에서 흑자를 기록하는 미국의 동맹국을 주요 타겟으로 삼고 있다.

 

왜 이런 변화가 나타났을까? 미국의 대중 압박이 이미 크게 강화되어 있어 새로운 압박이나 제재 수단이 많지 않은 것이 가장 중요한 이유이다. 과도한 대중 추가관세는 가뜩이나 불안한 물가를 더 불안하게 만든다. 무역 다변화 등으로 대응하고 있는 중국경제보다 미국경제에 더 부정적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대중 기술봉쇄도 딥시크 충격 등으로 그 효과에 대한 의구심이 크게 증가했다. 중국의 반발에 따른 리스크까지 고려하면 선택지는 더 줄어든다. 트럼프는 효과가 불확실한 대중 공세를 강화하기보다 미국우선주의에 힘을 실어줄 수 있는 구체적 성과를 거둘 수 있는 의제에 집중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전쟁 종결, 가자 문제, 동맹국에 대한 경제적 압박 등이 대외정책에서 우선순위를 점하고 있다.

 

중국은 현재 상황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트럼프행정부와 대화 공간을 넓히려고 한다. 예를 들어 틱톡 매각 문제에 대해 기업의 결정이라는 식으로 한 발짝 물러났다. 2020년 틱톡의 인공지능 기반 동영상 추천 알고리즘을 수출 금지 기술에 포함시켜 틱톡 매각의 가능성을 차단했던 것과는 차이가 있는 태도이다. 미국의 대중 추가관세에 상응조치를 취했지만 그 범위를 일부 영역(미국산 LNG, 원유·농기계·대형차·픽업트럭 등에 대한 10~15%의 추가관세 부과)으로 한정했다. 제재 압력에 굽히지 않겠다는 의지와 함께 새로운 무역전쟁은 바라지 않는다는 의사도 표명한 셈이다.

 

공세 준비중? 대타협 가능성도

 

물론 국가이익, 헤게모니 경쟁, 이념 등의 문제가 복잡하게 뒤얽혀 있는 미·중 관계의 불안정성은 쉽게 해소되기 어렵다. 트럼프가 대중 공세를 언제라도 강화할 수 있다. 지금의 움직임은 힘의 우위를 강화한 후 중국에 더 많은 양보를 요구하기 위한 준비로 볼 수 있다. 우크라이나 종전 등이 그러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 중국도 이를 우려하기 때문에 협상의 가능성은 열어놓지만 당장 트럼프의 요구를 수용하지는 않고 있다.

 

그러나 미·중 대타협의 가능성도 출현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트럼프행정부가 1기 때와는 달리 타이완 문제에 대해서도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다. 이러한 기조가 유지되고 관세전쟁에 대한 우려도 줄어든다면 중국은 틱톡 문제 등과 관련해 양보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미·중·러의 핵군축, 특히 중국의 핵·미사일 능력 강화를 제약할 수 있는 협상이 진행될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2기 트럼프행정부에서의 미·중 관계는 안정될 수 있다.

 

그에 이르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변수는 트럼프와 시진핑의 정상회담이다. 금년 10월말과 11월초 사이에 한국 경주에서 진행될 예정인 APEC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루어질 수 있고, 그전에도 이루어질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변화에 미·중 사이에 양자택일을 추구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기는 더 어려워질 것이다. 특히 계엄령의 명분으로 중국의 선거 개입을 운운하고 중국을 적대시하는 정책을 주장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일 뿐만 아니라 위험한 행태이다. 국가의 생존과 번영을 위한 실용주의적 외교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시급하다.

 

글쓴이 : 이 남 주 (성공회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