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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의 ‘원사(原赦)’와 죄와 벌
글쓴이 박석무 / 등록일 2025-02-03
지난 12월 3일 야밤에 위헌·불법적인 계엄령을 선포하면서 나라 전체가 소용돌이치는 혼란을 겪고 있습니다. 대통령이라는 사람이 자기 자신이 저지른 죄상이 밝혀져 가고 자신의 아내에 대한 위법한 사건들이 명확하게 밝혀지는 폭로들이 이어지자, 이런 사실을 감추기 위해 총과 칼로 반대자들을 제압하기 위해 비상 계엄령을 선포하게 되었다는 의심이 유력합니다만, 이런 ‘내란’으로 국가는 더욱 심각한 위기에 처하고 말았습니다. 그로부터 두 달, 내란의 불길은 완전히 잡히지 않고 내란 수괴의 끊임없는 망동으로 그의 추종 세력들은 법원을 습격하는 등의 내란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1980년 5월 17일 확대 계엄령의 선포로부터 44년이 되어 쿠데타가 반복되는 비극을 맞은 대한민국, 어찌하여 역사는 이렇게 반복되고 국민들은 불안과 공포에 떠는 일을 이렇게 또 겪어야 하는가요. 전두환 일당의 반란 세력을 처음에 제압하지 못하고, 그 세력에 의해 광주의 수 많은 사람들이 학살을 당하고 말았습니다. 그런 학살자들은 부귀영화를 누리기도 했지만 끝내는 내란 수괴로 무기징역에 처하는 중벌을 받았습니다. 그렇지만 ‘사면’이라는 법률적 관용조치 때문에 그들은 석방되었고 사면·복권되어 부귀호강을 그대로 누리다가 사과도 없이 자연사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이명박·박근혜 정권을 거치면서도 중죄를 지어 감옥에 갇혔지만 ‘사면’이 쉽게 이뤄졌습니다. ‘사면’으로 인해 역사적 불행을 정리했으면 좋으련만 그렇지 않았습니다. 오늘의 대통령이 내란의 수괴로 탄생하는 비극을 초래하고 말았으니, 이제는 정말로 ‘사면’에 더 신중하도록 논의해야 할 때가 온 것입니다. 사면제도야말로 잘 활용하면 요긴하고 유용한 제도이지만, 남용하면 사법적 정의를 훼손하고 잘못을 반복하게 하는 나쁜 제도로 전락할 수 있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다산은 그의 짤막한 논문 「원사」라는 글에서, 사면이 갖는 긍정적 기능을 인정했지만, 사면제도를 남용하여 중죄인들을 함부로 사면하는 일은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된다고 하였습니다. “형벌이란 그 사람이 미워서 그를 아프고 괴롭게만 하려는데 있지 않고 그를 아프고 괴롭게 함으로써 그로 하여금 허물을 고치고 착한 사람이 되게 하기 위한 것이다”라고 말하여, 개과천선하는 사람은 사면해야 하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은 반드시 형기를 꼭 채우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 다산의 뜻이었습니다. 다산이 국경일에 대대적으로 무조건 사면하는 일은 절대로 없어야 한다고 말한 것은, 법의 적용이 불균형하게 되고 범법을 두려워하지 않게 되는 부작용이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내란을 일으켜 시민들을 학살한 학살자들이 반성하거나 사과 한마디 하지 않았는데 사면·복권시킨 이유로 대통령이 두려움 없이 무서운 내란을 일으켰다면, 이제는 절대로 사면해주는 관용을 베풀어서는 안 됩니다. 전두환 일당만이 아닙니다. 그 후로도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중범죄자들을 조건 없이 사면해주었던 일이 하나둘인가요. 이렇게 사면권을 남용했던 잘못이 끝내 오늘의 내란을 초래했다면 참으로 깊이 생각해야 할 문제입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프랑스에서 나치에 부역한 자들을 처벌하며 관용과 용서를 말하는 사람들에게 해준 알베르 까뮈의 말을 기억해야 합니다. “어제의 범죄를 벌하지 않으면 내일의 범죄에 용기를 주게 된다. 정의로운 프랑스는 관용으로 건설되지 않는다.” ‘사면은 없다’라는 법률을 제정해서라도 중대한 반란은 엄벌해야 함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박석무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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