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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식 평화의 특징과 가능성
글쓴이 서보혁 / 등록일 2025-02-11
트럼프 행정부 2기가 시작되자마자 국제사회는 요동을 치고 있다. 트럼프 정부는 관세전쟁을 일으키고 이민자 규제를 강화하는 한편, 중동과 우크라이나에서의 종전을 압박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정상회담 상대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선택하였다. 과거 트럼프는 첫 대통령 임기때 이스라엘과 아랍 국가들 간의 관계정상화를 추진해 중동의 ‘안정’을 취하는 한편, 반미 성향의 이란을 고립시키는 정책을 전개하였다. 2020년 아브라함 협정(Abraham Accords)이 트럼프 정부의 중재로 체결되었다. 이스라엘과 아랍에미리트, 바레인, 수단, 모로코 등 아랍 4개국이 평화협정을 맺고 수교를 하였다.
1기 트럼프 정부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평화 공존보다는 이스라엘에 편향된 입장을 취했다. 이스라엘 주재 미국 대사관을 텔아비브에서 예루살렘으로 이전하였고, 골란고원 등 분쟁 지역에 대해 이스라엘 편을 들었다.
트럼프의 가자 평화 구상에 주민과 국제사회 반발
트럼프의 두 번째 대통령 취임일(2025년 1월 20일) 5일 전에서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에 휴전협정이 체결되었다. 3개월간 진행된 협상으로 맺어진 결실이었는데 미국, 이집트, 카타르의 중재 역할이 도움이 되었다. 1, 2단계에서는 이스라엘 인질과 팔레스타인 수감자의 교환과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에서의 철수 등이 순차적으로 이루어진다. 3단계에서는 사망한 인질들의 시신 인도와 가자지구 재건이 계획되어 있다.
그런데 트럼프는 휴전협정 이행에는 관심이 없고, 대신 가자지구를 장악해 상업적 이익을 얻는 데 주목하고 있다. 2월 4일, 백악관에서 네타냐후 총리와 정상회담을 가진 후 트럼프는 기자들에게 “미국이 가자지구를 장악하고 소유할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가자를 “죽음과 파괴의 상징”이라고 묘사하고, 미국은 “파괴된 건물을 철거하고 경제발전을 이루어 그 지역민들에게 수많은 일자리와 주택을 제공할 것이다”고 말했다.
트럼프의 맏사위 재러드 쿠슈너는 과거에 가자가 매우 가치 있는 “번화한 해안지역”이 될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트럼프는 가자지구 재건 기간 중 180만 가자인들은 이웃 아랍국가들로 이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쯤 되면 트럼프의 가자 평화 구상이 무엇을 추구하는지 짐작할 수 있다. 트럼프식 평화의 특징은 ① 협상보다는 힘에 의한 문제해결, ② 상업적 이익 추구, ③ 분쟁지역 대중의 이해 무시이다.
트럼프의 가자 구상이 발표되자마자 국제사회는 대부분 반대와 비난의 목소리를 냈다. 미국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는 대통령 탄핵 추진 의견이 나왔다. 트럼프는 그의 구상이 이행되면 “중동의 그곳(가자)에 커다란 안정”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주장한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와 가자 지구 주민들은 물론 아랍국가들, 유럽연합, 유엔과 국제인권기구들이 일제히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특히, 가자 주민들을 이주시키겠다는 구상은 그 규모와 일방성을 고려할 때 ‘인종청소’라는 비난까지 사고 있다. 트럼프는 1기 대통령때 팔레스타인 독립을 지지한다고 했는데 이번에 그 입장을 바꾸어버렸다. 트럼프의 가자 구상이 국제법 위반, 민족자결권 침해라는 비난이 일어나는 이유이다.
트럼프는 자신의 가자 구상을 들은 모든 사람이 좋아한다고 강변하지만, 현재 트럼프 구상의 유일한 지지자는 네타야후 총리이다. 네타야후는 트럼프 구상을 “역사를 바꿀 사건”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구상을 지지함으로써 그는 준전시 상황을 만들어 평화시 다가올 정치적 곤경을 지연시킬 속셈이다. 이스라엘-하마스 휴전협정 발효(1.19) 이틀 후에 이스라엘군은 서안지구에 대한 공격을 이어가 2주동안 50여 명의 사망자와 민간시설 피해가 발생하였다. 트럼프는 다음에는 서안지구에 대한 구상도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진짜 평화 이룰까? 가려서 볼 지혜가
트럼프는 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도 중단시킬 의향을 드러내고 있다. 침략전쟁을 일으키고 유리한 전세를 취하고 있는 러시아 푸틴 대통령에게 제재 카드를 흔들며 종전을 요구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트럼프의 종전 요구는 불공정한 압박으로 다가간다. 이미 서방국가들과 국제기구들에서 우크라이나 재건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트럼프는 우크라이나 정부에게 빼앗긴 영토를 인정한 상태에서의 종전을 압박하면서 희토류와 같은 광물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거기에서 목숨과 재산, (반려)동물, 그리고 자연환경을 잃은 전쟁 지역 주민들 대한 관심은 찾을 수 없다.
트럼프가 “김정은과 아는 사이다”, “북한에 개발할 해안가가 많다”고 한 발언에 한반도 평화를 기대할 수도 있다. 그 과정에서 트럼프가 상업적 이익을 취하는 것을 인정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평화가 가능한지도 의문이지만, 어떤 평화인지를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다. 평화의 종류가 많고 거기에는 위선적이거나 기만적인 평화도 있기 때문이다.
어떤 평화든 평화를 빼앗긴 사람들이 참여하고 그들의 존엄한 삶을 지속가능한 수준으로 보장하는 것이 필수요건이다. 평화를 가려서 볼 지혜가 필요하다.
■ 글쓴이 : 서 보 혁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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