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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들의 목소리를 경청하라
글쓴이 주윤정 / 등록일 2026-06-09
이번 6·3 지방선거는 청년들의 목소리가 다양한 방식으로 긴장감 있게 표출된 선거였다. 학교에서 학생들을 만나 보면, 이들은 정치에 관한 의사를 표현하는 일을 무척 조심스러워한다. 정치적 견해를 밝히거나 토론하는 것 자체를 부담스러워하는 편이다.
1학년 수업을 토론식으로 진행하고 있는데, 어떤 학생들은 혼자 머릿속으로만 하던 생각을 입 밖으로 꺼내 다른 사람과 이야기해 보는 경험 자체가 너무 신기하고 재미있다고, 친구들을 통해 배우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같은 반 친구들과 오로지 경쟁만 해 왔기에, 공동체의 한 구성원으로서 자신의 역할과 관계를 생각해 보거나 나누어 본 적이 거의 없었던 것이다.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미래의 막막함을 호소하는 목소리를 자주 듣는다. 세상이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겠고,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고 한다. 기술 변화와 지정학적 변동처럼 사회 변화의 폭이 이토록 커진 상황은, 가뜩이나 경쟁 속에서 열심히 버티는 청년들에게 더 큰 스트레스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단일 변수로 환원되지 않는 청년들의 표심
이번 선거에는 그러한 청년들의 불안과 분노, 희망과 기대가 여러 방식으로 표출되었다. 특히 자신의 근로소득만으로는 서울에서 집 한 칸 마련하기가 불가능해진 상황에서, 청년들은 집권 여당인 민주당 후보에게 표를 몰아 주지 않았다. 방송 3사 출구조사를 보면, 서울시장 선거에서 정원오 후보는 20대 남성에게서 20.6%, 20대 여성에게서 48.5%를 얻어, 20대 전체로는 35.9%로 과반에 이르지 못했다. 이를 두고 20대의 보수화, 특히 남성의 ‘극우화’를 원인으로 지목하는 사람들이 있다.
지역으로 시야를 넓히면, 이것이 단순히 세대 효과인가 하는 질문이 생긴다. 민주당 후보가 승리한 부산에서는 청년층의 민주당 지지가 서울보다 확연히 높았다. 부산 20대 남성의 전재수 후보 지지는 40.3%로 서울 20대 남성(20.6%)의 두 배 가까이 달했고, 20대 여성은 66.4%, 20대 전체로는 전재수 후보가 53.7%로 과반을 얻었다. 보수의 본거지로 불리는 대구에서도 20대 여성의 김부겸 후보 지지가 53.7%에 이르렀고, 20대 남성은 33.2%가 지지했으며, 20대 전체로는 43.0%가 지지했다.
적어도 청년 여성과 지역 청년의 표심은 ‘우경화’라는 한마디로 묶이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아마도 서울의 극심한 주거 문제, 부산과 대구의 후보들이 보여 준 지역 발전에 대한 선명한 방향성, 그리고 청년 자신의 미래에 대한 희망과 기대가 결합되어 이런 차이를 만들었을 것이다.
주식시장의 활황 속에서 청년들은, 주식으로 돈을 번 사람들이 그 자금으로 오히려 집값을 더 끌어올리지 않을까 하는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기도 한다. 반면 지역은 아무래도 주거에 대한 불안이 수도권보다는 상대적으로 덜한 편이다. 한편으로는 최저임금조차 지키지 않는 대구의 노동 환경과 보수적 사회분위기에 대한 반발로, 청년들이 생존을 위해 대안 세력인 민주당을 선택했을지도 모르겠다는 이야기를 청년들에게서 듣기도 했다. 청년들은 성별·세대·계층 어느 단일 변수로도 환원되지 않는 다양한 스펙트럼의 존재이며, 이념 지향이 고착되지 않은 스윙보터의 경향을 보이는 것 같다.
청년들의 불안과 분노, 정치권은 제대로 읽어야
선거가 끝난 뒤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대한 청년들의 분노는 심상치 않다. 일부 투표소에서 투표용지가 부족했던 사태를 두고, 전국의 대학에서 선거 부실을 규탄하는 성명서가 잇따라 쏟아졌다. 이 성명서들은 대체로 주권과 참정권의 침해에 분노하고, 선거관리위원회의 행정편의주의를 비판하며, 이 사안을 정파적 정쟁의 도구로 삼지 말 것을 요구한다. 기성세대인 나로서는 그 분노의 깊이가 온전히 와닿지 않는 지점도 있다. 그러나 기성세대가 관성적으로 받아들이고 넘기는 사안을, 청년들은 원칙 그대로 엄중하게 바라보며 분노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민주당이 청년의 기대를 잃은 것은 촛불 이후의 일이다. 이화여대 입시 특혜 의혹이 중요한 도화선이 된 박근혜 탄핵, 그 촛불 광장에 모였던 수많은 기대와 달리, 문재인 정부는 공정의 문제, 특히 청년들이 민감한 입시에서 청년들에게 씻기 어려운 상처를 남겼기 때문이다.
정치권은 청년들의 불안과 분노, 희망과 기대를 세심히 살피고 경청하기를 바란다. 이번 선거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표출된 청년들의 마음과 순수한 정의감을 깊이 들여다보고, 그들이 안고 있는 미래의 막막함까지 함께 고민하며, 청년이 행복한 나라를 장기적 시야에서 책임감 있게 설계해 나가기를 바란다.
■ 글쓴이 : 주 윤 정 (부산대 사회학과 교수)

[저서]
『보이지 않은 역사 : 한국시각장애인의 저항과 연대』, 들녘출판사, 2020.
『동물의 품 안에서 : 인간-동물 관계 연구』(공저), 포도밭출판사, 2022.
『한국의 민주화운동과 국제 연대』(공저), 한울아카데미, 2018.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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