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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論 - 이재창 [1987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조 당선작]

by 귤담 2023. 1. 7.

[ 그림 ; 2004 누드, 이병철 ]

 

거울論

이재창(李在昶)

화면처럼 어둔 세상 低音으로 깔려와도

우리들 허무 몇 잎 낙관 찍혀 붉어온다

내 분신

벗어 던져도

전율 없는 너의 촉각.

하늘 아래 모든 것들 제 모습을 지니지만

거리의 네 가슴은 잠시 잠시 백지장뿐

우리들

얼굴 함축된

수줍음이여, 벌거숭이.

너는 항상 방패없이 위태롭게 질문하고

질문 받는 우리들은 대답하다 넘어진다

제 모습

뽐내는 세상

아아, 칼날이 떠는 字母.

-1987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조 당선작-

(박재삼.이근배 選)

[ 사진 ; 2019 소안도, 이재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