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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좋은 이름이 성공한 인생을 만든다"

다산 글방143

지역의 붕괴와 지방대의 소멸 - 권순긍 > 다산글방 > 다산포럼 지역의 붕괴와 지방대의 소멸 ​ 글쓴이 권순긍 / 등록일 2023-12-26 ​ ​ 1543년(중종 38) 풍기군수였던 주세붕(周世鵬, 1495~1554)이 유생들의 교육을 위해 백운동서원(白雲洞書院)을 설립한 것이 우리나라 서원의 시작이었다. 그 뒤 1550년(명종 5) 풍기군수로 부임한 퇴계(退溪) 이황(李滉, 1502~1571)의 요청에 의해 당시의 국왕이었던 명종은 친필로 "이미 무너져버린 학문을 다시 이어 닦게 한다[旣廢之學 紹而修之]"는 의미의 ‘소수서원(紹修書院)’이라 사액(賜額)을 내리고 아울러 ‘사서오경(四書五經)’과 『성리대전(性理大全)』등의 서적과 노비도 하사했다. 학문의 도야와 후진 양성을 통해 지식 공동체를 만듦으로써 향촌사회를 교화하고 나아가 장래 정치를.. 2023. 12. 26.
반수와 N수 - 김진균 > 다산글방 > 다산포럼 반수와 N수 ​​ 글쓴이 김진균 / 등록일 2023-12-19 ​ ​ 전국에서 의대를 가장 많이 보내는 학교는 어디일까? 서울대. 그렇다면 서울대를 가장 많이 보내는 학교는? 연고대. 이어가기 씁쓸한 농담이지만 거의 사실이 된 듯하다. 올해도 여지없이 장기결석 학생들 중의 일부가 수능 끝난 뒤 기말고사 시간에 나와 멍한 표정으로 백지 답안지를 냈다. 수업일수 1/3 이상 결석자에게는 학칙상 성적을 부여할 수 없다는 점을 알려주면, 잠깐 눈동자만 흔들릴 뿐 멍한 표정에는 변화가 없다. 대부분 휴학 없는 반수에 실패한 학생들이라 F학점이 얹힌다 해도 좌절감이 더 커지는 것도 아닐 것이며, 지금 머릿속에는 내년에 기필코 성공하겠다는 생각뿐이리라. ​ 대입제도는 왜 이 모양일까 ​ 올해.. 2023. 12. 20.
중인 천문학자의 북학(北學), 또는 “국제적” 과학 교류 - 임종태 > 다산글방 > 풀어쓰는 실학 이야기 중인 천문학자의 북학(北學), 또는 “국제적” 과학 교류 ​​ 글쓴이 임종태 / 등록일 2023-12-18 ​ ​ 오늘날 과학은 인간 사회의 다른 어떤 문화 영역보다도 국제적인 성격을 띤다. 과학자들은 국제적 과학 공동체의 일원으로 활동하며 연구를 교류하고 자신의 성과에 대한 국제 학계의 인정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적어도 규범적 차원에서 “과학에는 국경이 없고”, 과학자들은 학문적 능력과 성취 이외의 다른 정치적, 문화적 기준으로 차별받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가 다루고 있는 조선 시기에는 아직 국경을 넘어서는 과학자들의 공동체가 존재하지 않았고, 그들 사이의 교류를 규정하는 규범도 확립되어 있지 않았다. 과학자들의 국제적 교류라고 볼 만한 일이 아예 없지는 않았지만.. 2023. 12. 20.
<서울의 봄>, 그 겨울의 거울 - 정근식 > 다산글방 > 다산포럼​ , 그 겨울의 거울 ​​ 글쓴이 정근식 / 등록일 2023-12-12 ​ ​ 12.12 군사쿠데타가 일어난 지 44년, 이 사건의 아스라한 기억을 일깨우는 영화 이 수백만 시민들의 가슴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따뜻한 봄이 아닌 추운 겨울, 그날 저녁부터 이튿날 새벽까지 불과 9시간 동안 일어난 군 내부의 권력투쟁을 다루고 있는 이 영화는 국가에 대한 충성이나 진정한 군인의 용기가 무엇인지, 그리고 진실의 역사는 어떻게 쓰여지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 주지하듯이 이 사건은 한국의 1980년대가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를 결정한 것으로, 다시 한번 국민들의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을 배반하고 군사독재를 연장시킨 분기점이었다. 어쩌면 당시의 사회구조가 군사독재로부터 민주주의로의 급진적.. 2023. 12. 14.
‘개화 실학’의 의미를 찾는 역사 탐험 - 노관범 > 다산글방 > 풀어쓰는 실학이야기​ ‘개화 실학’의 의미를 찾는 역사 탐험 ​ 글쓴이 노관범 / 등록일 2023-12-11 ​ ​ 학문의 기초는 언어 이해이다. 혹시 다음 네 음절은 어떻게 읽으면 좋을까. 개. 화. 실. 학. 이것은 얼른 보기에도 ‘개화실-학’이나 ‘개-화실학’보다는 ‘개화-실학’으로 읽는 편이 나을 것 같다. 그러면 ‘개화-실학’의 뜻은 어떻게 새기면 좋을까. 개화도 역사 교과서에서 보이는 어휘이고 실학도 역사 교과서에서 보이는 어휘이다. ‘개화·실학’이라고 생각하면 어떨까. 개화와 실학을 빨리 말하다 보면 개화·실학이 될 수도 있다. 마침 개화와 실학 하면 여기에 들어맞는 사람도 있다. 실학파의 후손이자 개화파의 스승 하면 떠오르는 인물. 박규수, 바로 그 사람이다. 인물 맞추기 .. 2023. 12. 14.
일쾌사, 참으로 유쾌하고 기쁜 일 - 송혁기 > 다산글방 > 다산포럼 일쾌사, 참으로 유쾌하고 기쁜 일 ​ ​글쓴이 송혁기 / 등록일 2023-12-05 ​ ​ 갖고 싶은 장난감을 손에 쥐기만 해도, 가고 싶던 놀이공원에 발을 들이기만 해도 더없이 즐겁던 어린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살아온 연수가 더해지고 걸쳐진 관계가 복잡해질수록, 마냥 유쾌하고 기쁘기만 한 일은 점차 드물어진다. 그러고 보니 근래 들어서 유쾌하다, 기쁘다는 말을 입에 올리거나 귀로 들어본 기억도 흐릿하다. 사회, 정치적으로 암담하고 답답한 일들이 많아서, 아니 그보다도 다들 당장의 민생고로 인한 걱정 때문에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먹고 살기 훨씬 더 팍팍했을 조선시대, 참으로 유쾌하고 기쁜 일이 있으면 ‘일쾌사(一快事)’라고 표현하곤 했다. 박사호는 힘겨운 사행 길에 청심환 .. 2023. 12. 5.
진리탐구에 생을 걸었던 다산 - 박석무 > 다산글방 > 풀어쓰는 다산이야기 진리탐구에 생을 걸었던 다산 ​​ 글쓴이 박석무 / 등록일 2023-12-04 ​ ​ 한 인간이 젊은 시절의 꿈과 희망을 놓아버리지 않고 죽을 때까지 온 정성을 바쳐 그의 실현을 위해 노력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참으로 굳은 의지와 큰 용기를 지닌 사람이 아니고는 결코 그럴 수가 없습니다. 『사암선생연보』라는 다산의 인생을 연대별로 소상하게 기록한 다산의 연보를 읽어보면 다산이야말로 학문연구로 진리를 탐구해내겠다는 젊은 날의 꿈과 희망을 전혀 놓지 않고 운명하던 그날까지 온갖 노력과 정성을 바쳐 진리탐구에 생을 걸었던 사실을 바로 알아볼 수 있습니다. “내 나이 스무 살 때는 우주의 모든 일을 다 깨닫고 그 이치를 완전히 정리하고 싶었다. 서른·마흔 살이 .. 2023. 12. 4.
좌익(佐益)도 우익(右益)도 아닌 우리 고유의 홍익(弘益)으로 나라를 구하자 - 이기영 > 다산글방 > 다산포럼 좌익(佐益)도 우익(右益)도 아닌 우리 고유의 홍익(弘益)으로 나라를 구하자 ​ 글쓴이 이기영 / 등록일 2023-11-28 ​ ​ 요즘 우리 대한민국은 해방 직후처럼 좌우로, 동서로 양분돼 정당은 물론 한집안 식구들끼리도 그야말로 이념싸움의 격랑에 휘말려 있다. 역사를 돌이켜보면 우리 한민족은 외침에는 3·1운동 등 국민들의 하나 된 저항의식으로 강하게 대응했으나 백제나 고려, 조선 등 국운이 쇠할 때는 대부분 지배욕 싸움으로 인한 내부분열로 자멸하였다. 지금도 내부분열로 대한민국이 좌우로 쪼개져 자칫 잘못하면 내전이 걱정되는 상황으로 빨려 들어갈 수 있다. 따라서 우리는 서구유물론에 바탕을 둔 좌우 이념대립보다 대한민국이 한 몸이라는 우리만의 고유한 영성적 홍익정신을 되살려 .. 2023. 11. 28.
그래서 내가 이렇게 하는 것이오 - 심경호 > 다산글방 > 풀어쓰는 실학이야기 그래서 내가 이렇게 하는 것이오 ​ 글쓴이 심경호 / 등록일 2023-11-27 ​ ​ 10월 26일, 보스톤에서 기차로 뉴욕에 도착하여 웨스트 46번가 파라마운트 호텔에 묵었다. 로비는 어두웠다. 표정을 알 수 없는 사람들이, 쿠션에 묵묵히 앉아 있거나, 둘씩 셋씩 모여 두런두런하거나, 넓은 소파에 비스듬히 누워 있다. 꼭 숙박객들도 아니었다. 쉴 곳 없는 대도회지에서 작은 안식처를 가까스로 찾은 이방인들이었다. 그들 사이로, 검은 양복에 흰 셔츠, 넥타이를 갖춰 입은 안내인이 몸을 꼿꼿이 세우고 반시계 방향으로 돌고 있다. 사내의 검은 구두가 전등 아래 이따금 빛이 났다. ​ 흰 얼굴, 짧은 머리, 느릿느릿한 몸놀림은 뮤직 비디오의 바텐더를 떠올리게 했다. 카운터에.. 2023. 11. 27.
확장된 문해력과 인문학의 재정의 - 김재인 > 다산글방 > 다산포럼 확장된 문해력과 인문학의 재정의 ​ 글쓴이 김재인 / 등록일 2023-11-21 ​ ​ 언어학자 노엄 촘스키는 챗GPT를 놓고 ‘하이테크 표절’이라 규정했다. 이런 진단은 향후 논의의 방향을 ‘표절’의 문제로 몰아갔다. 솔직히 말해 챗GPT의 등장을 신기술 환경에서 ‘글쓰기’의 본질이 무엇이고 교육에서 글쓰기가 ‘무슨 소용이 있는지’를 논하는 계기로 삼았어야 했다. 또한 ‘읽기와 쓰기’를 중심 활동으로 삼는 인문학의 현재 위상을 살피고 혹 필요하다면 어떻게 재정의되어야 할지 논했어야 했다. 오늘날 인문학은 두 개의 구별되는 활동 사이에서 오락가락하며 정체성을 잃은 것 같다. 요컨대 우리가 현행 대학 제도에 익숙한 나머지, 그걸 기본값으로 삼으면서 ‘학문 연구’와 ‘교육’을 분리하.. 2023. 11. 24.
『번암집(樊巖集)』 : 조선의 ‘글값’은 자손 몫의 후불제 - 김학수 > 다산글방 > 풀어쓰는 실학이야기 『번암집(樊巖集)』 : 조선의 ‘글값’은 자손 몫의 후불제 ​ 글쓴이 김학수 / 등록일 2023-11-20 ​ ​ 병호시비가 치열함을 더해가던 1823년 7월 영남유림이 도산서원에서 도회를 개최했다. 안건은 ‘도산시사단비(陶山試士壇碑)’ 중건에 따른 임원 구성 및 재정조달책을 논의하는 것이었다. 본안을 처리하기가 무섭게 좌중에서 누 군가 『번암집(樊巖集)』 간행을 발론하였다. 사전에 입을 맞춘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는 두 사업의 주인공은 채제공이었다. 채제공에 대한 영남유림의 보은사업은 이런 과정을 통해 단초를 열었고, 이것은 경남·영남 제휴의 또 하나의 명장면으로 기억되기에 충분했다. 당초 정약용(丁若鏞)과 이가환(李家煥) 등의 교정을 거친 『번암집』은 정조의 특별.. 2023. 11. 24.
사람도 후숙이 된다면 - 임철순 > 다산글방 > 다산포럼 사람도 후숙이 된다면 ​ 글쓴이 임철순 / 등록일 2023-11-14 ​ ​ 나는 감나무를 좋아한다. 어려서 살던 고향 집 마당 끝에는 잎이 넉넉하고 풍성한 감나무가 한 그루 있었고, 그 나무의 그늘은 나만의 호젓한 공간이었다. 악을 무찌르는 정의의 사도가 됐다가, ‘삼국지’의 조자룡이 됐다가, 비운의 사랑에 절망하는 주인공이 됐다가 알 수 없는 먼 곳으로 떠나가는 내 공상을 감나무는 다 지켜보며 응원해 주었다. 도글도글 떨어진 감꽃은 어디론가 영원으로 통하는 꽃처럼 신비해 보이기까지 했다. 잎과 그늘 열매가 다 고마운 감나무 철든 뒤에 안 일이지만 감나무 잎은 넓고 커서 글씨를 쓰기에 좋은 재료다. 종이가 없어 감잎에 글씨를 쓰며 공부한 옛사람들의 이야기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2023. 11. 14.
디케의 여신과 명심(冥心)의 정신 - 박수밀 > 다산글방 > 풀어쓰는 실학이야기 디케의 여신과 명심(冥心)의 정신 ​ 글쓴이 박수밀 / 등록일 2023-11-13 ​ ​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정의의 여신 디케의 여신상은 오른손에는 칼을 왼손에는 저울을 들고 있다. 칼은 불의에 대해 엄정하게 단죄하는 정의를 위한 힘을, 저울은 한편에 치우치지 않는 정의의 기준을 상징한다. 흥미롭게도 디케의 여신상은 두 눈을 눈가리개로 가리고 있다. 눈을 뜨고 보면 공정한 판결에 영향을 끼치므로 눈을 가림으로써 편견과 선입견에 흔들리지 않고 공평무사하게 판결하라는 의미를 담은 것이다. 인간은 돈과 권력, 혈연, 지연에 매이면 사사로운 마음이 생긴다.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어야 정의로운 판결이 가능해진다. 두 눈을 안대로 가린 정의의 여신상은 연암 박지원의 ‘명심(冥.. 2023. 11. 13.
잘못을 고치지 못하는 죄악 - 박석무 > 다산글방 > 풀어쓰는 다산이야기​ 잘못을 고치지 못하는 죄악 ​ 글쓴이 박석무 / 등록일 2023-11-06 ​ ​ 오늘 또 『논어』를 읽습니다. 다산의 『논어고금주』도 함께 읽어봅니다. 공자의 『논어』를 주자는 『논어집주(論語集註)』 20권 10책으로 새롭게 주해(註解)하여 이른바 신유학(新儒學)의 기본틀을 구성하였습니다. 다산은 주자의 『논어집주』 문제점을 지적하여 175칙의 새로운 학설을 제시하고 많은 부분에서는 주자 학설에 보충의견을 제시하여 40권의 방대한 『논어고급주』를 저술합니다. 강진에서 귀양살던 1813년 겨울이니 52세 때의 일입니다. 다산 경학이 주자학을 딛고 이룩하던 핵심적인 작업의 하나가 바로 그 책의 완성이었습니다. 4서6경의 경학연구가 모두 다산 경학을 탄생시킨 업적들이지만.. 2023. 11. 8.
충칭(重慶) 잡감 - 정근식 > 다산글방 > 다산포럼​ 충칭(重慶) 잡감 ​ 글쓴이 정근식 / 등록일 2023-11-07 ​ ​ 지난 10월 말에 중국 최대의 내륙도시 충칭을 답사하였다, 이곳에 있는 대한민국임시정부 청사와 새롭게 복원된 한국광복군사령부 건물을 돌아보고, 조선의용대의 흔적을 찾아 나선 여행이었다. 마침 충칭 가는 길에 들르는 도시가 우한(武漢)이어서 세계적인 코로나 대유행의 진원지를 직접 경험한다는 설레임과 함께, 현재 세계적 화두인 미중갈등이 중국의 대도시들에서는 어떻게 반영되고 있는가를 엿볼 수 있지 않을까하는 기대도 없지 않았다. 물론 주마간산의 짧은 시간은 이런 기대를 충족시켜주지 않았지만, 양자강의 생태학적 위용과 연변의 도시들을 거느리고 있는 모습은 나의 상상을 뛰어넘는 것이었다. 임시정부와 광복군총사령부.. 2023. 11. 8.